2001년 상반기 한국사진의 동향
올 봄은 사진계뿐만 아니라 미술계, 일반 매스컴과 저널까지 사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로 설왕설래했다. 여기저기서 사진이 화제가 되었으며, 미술사가 진휘연의 말마따나 "화단(畵壇)이 실종되고 화단이란 말을 무색하게 했던" 사진의 대약진이었다.
아트선재센터의 <트레이시 모펫 사진전: 달콤한 도발>(2. 24-4. 15)을 필두로, 3월을 장식했던 <이정진 사진전: on Road>(2. 27-3. 24, 국제화랑), <강운구사진전: 마을3부작>(2. 28-3. 25, 금호미술관), <앗제가 본 서울전>(2. 28-3. 13, 하우아트 갤러리/갤러리 룩스), <매그넘 사진대전: 살아있는 전설>(3. 10-4. 8, 예술의 전당)이 있었고, 이어서 4월을 장식했던 <미명의 새벽>(3. 28-4. 10, 하우아트 갤러리), <삶의 시간, 시간의 얼굴전>(3. 30-4. 28, 토탈미술관), <민병헌 사진전>(4. 17-5. 12, 카이스 갤러리)이 있었으며, 5월을 장식했던 <구본창 사진전>(5. 4-6. 24, 로댕갤러리)이 있었다.
전례 없는 복고풍의 경향과 전통적이고 정통적인 모더니즘 사진의 모습은 다른 중견 작가와 젊은 작가들의 사진전에서도 쉽게 눈에 띠었다. 그 중에서도 매스컴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4월 덕원미술관에서 열린 <이완교 사진전: 무념무상>은 오랜만에 사진다운 사진을 보는 감회를 주었으며, 순수 조형언어로서 지금은 거의 잊혀진 뉴 컬러, 뉴 토포그래픽스 그리고 신즉물주의와 신조형주의와 같은 과거 모더니즘 형식주의가 새롭게 등장했는데, 3월 사진마당에서 열린 <이종화 사진전: 하늘이 있는 도시>, 4월과 5월 하우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지성배 사진전: 인간 정제소>, <김혜원 사진전: 용담댐 시리즈>, <김낙균 사진전: 원>은 모더니즘 예술사진의 형식적 내재율을 갖고 있었다.
금년 상반기 중요한 이슈 중에는 부침이 심했던 사진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올해 들어 소멸했거나 유명무실해진 화랑이 있는가 하면 새롭게 등장하여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화랑도 있다. 아마 금년 한 해가 사진공간이 가장 많이 탄생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먼저, 상반기에 문을 닫은 화랑 중에는 적지 않은 기간동안 한국사진에 기여가 컸던 했던 여의도 서남포토스페이스를 들 수 있다. 김승현이라는 사진큐레이터에 의해서 운영되었던 이 전시공간은 마포(공덕동)시절부터 사진만을 초대했던 무료 전시공간이었다.
금년에 사진시장에 대해 그 어떤 때보다 관심이 고조되었다. 사진시장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저한 작품제작과 공정한 작품가격 그리고 투명한 유통질서가 요구된다. 그렇기 위해서는 작가가 시장 룰에 충실한 작품제작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작품가격을 시장 원칙에 따라 적정하게 결정하고 그리고서 올바른 상거래를 통해서 소비가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그 점에서 사진시장 형성에 가장 요구되는 것이 작가에 대한 신뢰도이다.
국제전이 이제 일반화되었다. 국제전에 참여하고 외국 화랑에 초대를 받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며, 세계사진이 자연스럽게 안방에서 전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금년 상반기 전시 중에서 세계적인 작가들의 역작들을 많이 볼 수가 있었는데, 매그넘 사진대전에서 쿠델카의 최근작 <카오스>를 비롯, 요즈음 우리 나라에서 인기 있는 영국의 마틴 파의 <마지막 유원지>까지, 그리고 한림미술관의 만 레이, 모홀리-나기, 로드첸코, 보이드 웹, 베르나르 포콩 등의 사진에서부터 가나아트센터의 신디 셔먼, 메이플소프, 토마스 루프, 수잔 더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등의 최근 현대사진까지 이제 안방에서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본 사진가들의 작품도 심심치않게 국내에서 전시되고 있다. 갤러리 룩스에서 있었던 요시무라 아키라와 야스 스스까의 사진이 아마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올 상반기 사진계 사안 중에서 가장 가슴아팠던 일은 단연코 지난 1월 18일 한국사진의 대부 임응식 선생의 작고와 5월 17일 한국 보도사진의 선각자이자 사진문화 발전에 기여가 컸던 이경모 선생의 작고이다. 이 두 분의 부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어서 많은 사진계 사람들을 슬프게 했다. 이제 그 분들이 떠나갔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이 할 일은 작품세계를 새롭게 반추할 수 있는 대규모 사진전을 여는 일이다. 역량있는 사람들이나 그 분들의 은덕을 입은 사람들이 무관심해서는 안될 것 같다. 떠난 사람이나 남은 사람이나 사진가에게 전시란 존재이유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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