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교수 사진이야기

[스크랩]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개념의 이해 - 주경복

kwendol 2010. 2. 19. 18:28

 

이번 주 강의에서 오늘날 이미지가 범람하며 빚어내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개념을 소개하였는데 더 궁금해 하는 학생들이 꽤 있었습니다.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함께 읽으며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열린 공간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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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리야르는 사물의 이미지가 어떻게 그것의 실재를 떠나서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며 삶을 지배하는지 그 과정을 단계적으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였다.
   
① 이미지는 실재의 반영이다.
② 이미지는 실재를 감추고 변질시킨다.
③ 이미지는 실재의 부재를 감춘다.
④ 이미지는 실재와 관계를 끊는다.
⑤ 이미지는 시뮬라크르(simulacre)를 이룬다.

첫째로 이미지가 실재를 반영한다는 말은 이미지가 사물 자체는 아니고 그것의 특징을 담은 대체물이란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배우의 사진은 그 배우 자체가 아니고 배우의 특징을 반영하는 대체물이다.

둘째로 이미지가 실재를 감추고 변질시킨다는 말은 이미지가 사물 자체는 없어도 되도록 대신하여 필요한 역할을 하면서 그 사물의 실체를 다 드러내지 않고 일정한 요소만 반영함으로써 사물의 실상을 왜곡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한 배우의 사진은 그 배우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도록 대신하여 그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배우의 진면목을 다 드러내지 않고 사진에 찍힌 방식으로 보여줌으로써 그 배우를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고 다른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셋째로 이미지가 실재의 부재를 감춘다는 말은 이미지가 사물을 대신하는 동안 사람들은 사물 자체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이미지만을 의식하도록 만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떤 배우의 사진이 배우를 대신하여 아름다운 모습이나 멋진 인상을 줄 때 사람들은 그 사진이 배우 자체는 아니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인상만으로도 호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넷째로 이미지가 실재와 관계를 끊는다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이미지는 이제 사물 자체와 상관없이 스스로 무엇인가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떤 배우의 사진들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뒤로는 배우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없이 그의 사진이 연출하는 인상이나 개성 그리고 카리스마 등의 효과가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스타 브랜드’의 요소로 자리 잡는다.

다섯째로 이미지가 시뮬라크르를 이룬다는 말은 이미지가 사물 세계를 반영하는 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것의 실재가 아니면서 그것보다 더 그것 같은 현상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실재가 없어도 있는 것보다 더 무엇인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시뮬라크르’는 플라톤이 ‘모사물’이란 뜻으로 사용한 바 있는데,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와 보드리야르가 더 발전시켰다. 쉽게 이해하자면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것’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배우의 이런 저런 사진들이 배우의 이런 저런 모습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실제 배우 자체는 아닌데 그것들로부터 일정한 인상이 굳어진 뒤로는 그 배우를 직접 보는 것 이상으로 그 배우의 특성을 대변하며 느끼게 한다. 이제는 실재가 없어도 이미지 스스로 많은 것을 이룬다.    

보드리야르의 생각을 빌리자면 오늘날 사람들은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시뮬라크르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이미지는 사물의 허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미지는 어떤 것의 실재를 대신하면서 실재보다 더 그것을 실감케 하는 힘이 있다. 더 나아가 실재가 없어도 있는 것보다 더 큰 존재감으로 다가 올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미지를 쫓는다. 이미지를 탐닉하고 이미지에 열광한다. 이미지의 허울을 쓰는 세상에서 신화의 안개가 가득 피어 오른다.

 

글 주경복

 

 

출처 : 사람이 희망이다
글쓴이 : 이재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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