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진가탐구

[스크랩] 현대사진의 쟁점 5

kwendol 2008. 10. 13. 11:18

미래의 사진시장을 위하여

-미래의 한국 사진시장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늘 "왜 우리 나라에는 세계적인 사진가가 없느냐"는 문제가 거론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아마 세계적인 사진가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자조의 말도 나온다. 우리 사진가들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되면 좋고 안돼도 별 상관없어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일단은 그에 상응한 준비가 필요한데, 우리 사진가들이 전혀 준비하지 않는 걸 보면 세계적인 작가가 되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소리이다. 철처하게 자본의 원리에 따르는 오늘날 예술시장은 냉정함을 넘어 잔혹하다. 아무리 좋은 사진이라고 소리쳐도, 대단한 철학에서 만들어진 역작이라고 소리쳐도, 또한 인류사회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숭고한 작품이라고 소리쳐도 시장성이 없으면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 오늘날 사진마켓의 기본 철칙이다. 팔리는 사진이 우선이고, 인기가 좋아 비싸게 팔리는 작가가 돋 세계적인 작가라는 말이 보편화 됐다. 세계적인 작가가 된다는 이야기는 작가의 희망과는 별개로 사진시장에서 살아남아야 가능하고, 비싼 작품가격에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넘쳐야 비로소 세계적인 명성도 얻고, 바야흐로 국제적인 작가가 되는 것이다. 요즘은 전시장에서 작품을 파는 경우보다 전시에 즈음하여 만든 포트폴리오가 더 일반적으로 팔리고 있다. 그 이유는 전시된 작품, 즉 패널화된 작품(배접해버린 사진)은 일반 상업화랑들이 판매는 물론이고 그 부피와 보관상의 이유에서 구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시장에서 가장 일반적인 유통체계는 마운트된 포트폴리오 형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어디에, 어떻게 파느냐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바로 포트폴리오를 어떤 식으로 만들고 있느냐이며, 그것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포트폴리오를 잘 만들어 외국에 사진을 팔려고 하거나 사진을 보여줄때, 제일 먼저 듣게 되는 말은 바로 "에디션이 어떻게 되는가"이다. 이 질문은 한 네거티브에서 사진을 몇 점 프린트했는지를 뜻하는 것인데, 사진의 오리지널리티(한 장의 필름에서 단 한 장의 사진) 개념이 이미 오래 전에 붕괴된 상황에서 몇 점을 프린트했는지 묻는 것은 너무도 일반적인 사안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 에디션 숫자는 점당 사진가격이 결정되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이다. 사진마켓에서 또 다른 주요 요소는 프린트의 시점, 즉 역사성의 문제이다. '빈티지 프린트'와 '모던 프린트'의 구별은 사진가격에 중대한 요소가 된다. 빈티지 프린트란 다분히 골동품적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서 확실한 기준이 없는데 '네거티브 필름이 만들어진 후로부터 5년 이내에 인화된 사진'으로 통용되기도 하고, 혹은 가장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던 시기에 프린트된 사진으로 이야기되기도 하지만 빈티지 프린트의 가장 일반적인 개념은 오래된 프린트일수록 가치가 있다는 암묵적인 역사성 때문이다. 반대로 모던 프린트는 네거티브로부터 최근 인화된 사진을 말하는데, 아무리 오래 전에 촬영된 필름이라 할지라도 최근에 인화를 한 경우라면 모던 프린트로서 빈티지에 비해 가격이 훨씬 떨어진다. 사진시장이 있어서 자신의 작품당 거래가를 산정해 볼수 있거나, 시장이 업ㅄ더라도 외국화랑에 작품을 팔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자신의 사진가격을 책정하는 일이다. 실제, 사고 파는 것이야 시장 원리를 따른다고 하지만 기준가가 있어야 거래가 형성되는 것은 가장 초보적인 비즈니스에 속하기 때문이다. 사진 마켓에서 가장 적정가격으로 작품을 팔 수 있는 요소로는 사진의 질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그 다음으로는 작품의 완성도와 컨셉을 고려한다. 작가란 작품이 팔려야 진정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다. 형식적일지라도 작품가격이 적힌 문건이 카운터에 비치되어 있는 경우를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 우리의 전시 현실이다. 작품을 팔 생각을 도외시하는 작가는 사진을 보지 않고서도 포트폴리오 제작공정은 물론, 사진들이 어떤 형태로 보관될 것인지 이내 짐작할 수 있다. 누군가가 어디, 어떻게, 누구에게 팔 수 있느냐고 항의할지 모르겠으나, 설사 단 한 점을 팔지 못하더라도 마켓 룰을 지키면서 때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진시장의 존재 이유

-사진시장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작가의 생존과 생산에 대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작품의 공유와 향유의 문제이다. 첫 번째인 생존과 생산의 문제는 작가에게 필수적이며 소비는 그래서 작가의 생존에 관한 문제이고, 작가로서 살아가는 당위성의 문제이다. 한 두 번은 가능하겠지만 결국 소비가 없는 작가는 생존과 생산을 접을 수 밖에 없다. 두 번재인 공유와 향유의 문제는 작가의 삶이 정당했음을 인정받는 대중적 평가의 문제이다. 작품을 소비한다는 것은, 작품을 판다는 것은 예술을 통한 삶의 공유이며, 가치에 대한 대중과의 향유이다. 이것을 예술의 민주화 또는 예술의 사회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예술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그에 대한 당위성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예술과 비즈니스의 만남, 예술과 마케팅의 협연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이며, 자연스러운 화음이다.

 

사진시장의 조건

-사진시장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믿음, 곧 사는 자와 파는 자 간의 신뢰관계라고 생각한다. 생산자인 작가는 무엇보다도 믿음을 주어야 한다. 소비될 수 있도록 작품의 품질을 보증해야 하고, 자신과 작품에 대해 격을 지켜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신뢰는 시장률을 지키는 작품관리이다. 사진은 복제가 가능한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시장은 사진의 복제를 인정하여 에디션 된 작품을 거래한다. 따라서 팔려고 하는 사진을 지금까지 몇점이나 프린트했는지 투명하게 밝혀주어야 한다. 사진은 한정된 숫자만큼 프린트하는 에디션을 시장의 기본으로 삼으며 에디션 못지 않게 규격의 투명성을 요구한다. 작가는 절대로 뮤지엄 프라이스, 즉 시장가격을 존중해야한다.

 

사진시장의 유통구조

-작가의 가지차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예술적 가치와 소장적 가치가 떨어지면 역시 낮은 작품가격으로 팔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장가격의 결정은 누가 하는가? 그것의 결정은 일차적으로 제도가 하고 그 다음으로는 시장이 한다. 여기서 제도는 특정인이 아니며 그것은 화랑, 평론가, 저널, 관객, 작가 모두를 아우른 것이다. 작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 준거 틀은 소장가치이며 소장가치는 작가로부터 영향받지만 작품으로부터도 영향받는다. 결국 시장가격은 지금까지 언급했던 사안들의 대소, 경중에 따라 제도와 시장이 결정하며, 이것이 이른바 뮤지엄 프라이스로 낙착된다. 수요자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없으면 가격이 내린다. 뮤지업 프라이스가 시장가격에 대한 검인 후에도 지속적으로 변동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이 전체되지 않고서는 유통구조가 자리잡기 어렵고, 또한 고객이 시장으로 모여들기도 어렵다.

 

사진시장의 활성화

-사진인들이 외면한 사진시장을 누가 와 줄 것이며, 사진가들이 사진을 사지 않는데 누구에게 사진을 사라고 할 것인가. 이것들은 사진시장의 활성화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다. 먼저 사진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한다. 사진을 왜 사야 하는지, 사진을 사는 예술과 미적 감상은 공짜이나 그것을 일군 작가의 노력과 생산물은 결코 공짜가 아님을 말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소비자에게 믿을을 주는 제작형태, 작품관리에 힘써야 한다. 절대로 시장에 내놓은 가격보다 싸게 팔아서는 안되며, 이윤을 더 얻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거래해서도 안 된다. 시장에 작품을 내놓았다면 시장에서 작품이 소비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교육이 중요성이다. 이제부터는 사진시장에 대해서 생산과 소비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사진과 평론의 현실

-평론은 딱딱한 아카데미즘을 근간으로 다분히 교조적인 편협성을 갖는다. 평론은 어떤 글보다도 논리적이어야 하고 확실한 이론적 토대로서 발언해야 하기 때문이며, 뿐만 아니라 잘잘못을 따지고 그 올바른 방향까지 제시해야 하는 분명한 철학과 논리체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론은 곧잘 '비평'으로 이해되며, 가장 재미없고 고루한 학문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평론의 본모습은 그렇지 않다. 평론이 그 기능을 극대화시키고 효용성을 배가시키는 것은 예술제도 안에서, 특히 미학의 영역 안에서이다. 작품이 예술제도 안에서 사회적 여론기능과 문화적 정화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때 그것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안내자가 평론가이다. 때문에 평론가는 예술제도 속에서 보다 큰 힘을 발휘하며, 철학과 미학의 영역 안에서 기능할 때 더 큰 효용성을 발휘한다. 사진평론이 예술제도로서 기능을 하고 효용성을 높기 시작한 때는 80년대이다. 미술비평의 도움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미 이 시기는 교육적 인프라가 탄탄하여 다양한 사진비평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사진평론이 비평으로서 활성화되고 예술문화의 방향타가 되었던 때는 90년대 들어서이다. 사진비평이 바야흐로 미술비평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비평체계를 세우고 평론문화의 장을 형성하게 되었던 때는 바로 이때이다. 한국 최초의 사진평론은 1940년대 대구에서, 사진가이자 음악평론을 했던 구왕삼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가 1947년 5월 25일 <영남일보>에 대구사진에 대해서 쓴 글이 최초의 평론이자 그 효시로 인정받고 있다. 1970년대는 아마추어 사진이 급성장한 시기여서 사진평론에 상당한 지각변동이 일어났으며 70년대 사진평론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평론의 깊이와 넓이의 확대이다. 80년대 사진평론은 평론의 혼돈기이자 또 다른 관점에서 여명기였다. 80년대 중반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아카데미 평론이 현대사진의 급속한 흐름에 제대로 보조를 맞추지 못한 고답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80년대 아카데미 평론은 우리 평론이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일깨워준 것은 분명하다. 아쉬운 점은 80년대 한국현대미술이 비평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이즘과 현대적 이슈들이 불붙은 것에 비하면, 한국사진은 지나치게 전통적 이론, 편협한 고정관념에 얽매여 미술비평과 교류의 폭을 넓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진전문 저널에 있어서는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아. 1988년 8월에 창간한 [포토291]은 현대사진의 최신 흐름과 세계사진의 동향을 신속하게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사진적 테크닉에 있어서도 한 단계 앞선 흐름을 보여주었다. 비록 수명이 짧았지만 이 잡지가 사진전공자들에게 미친 영향력은 대단히 커서 이 잡지를 기점으로 아마추어용 사진잡지와 프로용 사진잡지로 분명한 선을 긋게 했다. 90년대의 사진평론은 또 다른 구조,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였다. 90년대 평론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전공자들의 유입과 외국에서 미술사, 미학, 비평을 전공한 전공자들에 의해 평론이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식적인 등용문이 생겨나고 최소한 석사 이상, 적지 않은 수의 박사학위자들이 평론에 가세했다는 사실은 대내외적으로 평론의 권위와 신뢰를 쌓는데 크게 일조했다. 이처럼 90년대 사진평론이 활성화되괴 폭넓게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한국사진의 성숙에서 찾을 수 있다. 성숙의 원동력은 일차적 한국사진이 상당부분 국제화된 데다가 글로벌 시대,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다원화함으로써 서구사진과 격차 없이 담론의 장을 펼칠 수 있었던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사진모임 2008
글쓴이 : 이창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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